에세이 107

길이 진득한 날의 운전

어머님 생신 때문에 내려가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습기로 진득합니다. 감속운전하는 경고문구도 여기저기 보이고요. 안전운전만 하면 되겠지 했는데, 지나가는 차들 특히 트럭들로 인해 전면유리가 엉망이 됩니다. 와이퍼를 움직이다 어느 순간 와이퍼액이 나오질 않네요. 허허 당황스러울 수가.. 휴게소가 나오면 사리라 생각하며 아슬아슬 조심조심 (남편이) 운전해 갔습니다. 겨우 도착한 휴게소에선 글쎄.. 와이퍼 파는 판매아저씨가 당일 마침 코로나가 걸려서 안나오신거에요. 어찌할까 하다가 다행히 온도가 영상으로 올라오니 생수를 부어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휴휴 그나마 다행이지요. 그러고서는 다음번 들른 휴게소에서 부동액을 사서 썼네요. 중부에서 남부로 이동하면서 온도와 날씨의 변화를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날이 흐렸다..

밥과 잠이 보약

나이가 먹는 다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느끼게 되는 가 봅니다. 사람이 천천히 나빠지지도 천천히 좋아지지도 않는 것같아요. 어느 날 갑자기 안좋아지고,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지고 그랬던 것같네요. 공부처럼 계단식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요근래는 몸이 안좋아서 누워만 있었어요. 근 한달은 넘게 그러다 좀 나아졌다 싶게 무섭게 또 안좋아져서 일주일은 또 누워지냈네요. "나 이러다 죽나?"라는 생각도 들 정도로 기력이 없었어요.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두가지 원인이 있더라고요. 첫번째는 음식이 문제였고, 두번째는 잠이 문제였어요. 아프기 바로 직전에 수제막걸리를 먹고 급체를 해 그 날 새벽에 토하고 설사를 했었어요. 그날 이후로 내내 장이 안좋고 기력이 쇠하더라고요. 좀 나아졌다 싶었는데, 에어컨바람을 쐬며..

미니멀화는 계속된다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한 정리법이란 책을 읽은 지가 벌써 몇 년입니다. 그 책 덕분에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최고의 정리법은 비움이란 걸 알게 되었죠. 맥시멀 리스트였기에 극단적 미니멀 라이프가 되기도 어렵고, 빈 공간에 대한 공포감이 있는 편이라 그렇게 되긴 어려워요. 하지만 청소 정리가 서툰 저에게 가장 훌륭한 정리법이 비우는 거라는 점은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이슈입니다. 그건 물건과 함께 생각도 같은 맥락으로 적용되기 때문이죠. 여러 가지 일을 잘 수행하는 분에게 일주일에 몇 개나 일을 수행하시는지에 대해 여쭤본 적이 있어요. 대답은? 하루 혹은 일주일에 한두개의 중요 사안만 처리한다는 것이죠. 물건과 같이 우리의 생각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처리하고 가지고 있기 힘들어요. 그리고 미니멀라..

아버지의 칠순파뤼~

원래 아버지의 칠순은 지난 주였어요. 하지만 코로나가 격해지기에 단체모임 파뤼는 취소하고, 삼형제가 고루 나눠가게 되었어요. 아버지 칠순 친구모임여행(칠순스~들 다 정정하시네요 후훗)을 가신다고 해서 진즉 각 20만원 각출해두었지만 당일 생신 케이크와 용돈이 빠질순 없겠지요. 그런데 제일 먼저 간 아빠 아드님! 용돈 오십만원에 인당 10만원의 한정식집을 가시면 어쩝니까??? 일요일 저녁 전화 온 아버지는 '영상통화'로 당일 다녀간 둘째 따님이 벽에 붙인 생일감사 스티커를 보여주시면서 실컷 둘을 비교해 말씀하십니다. 아빠 아드님 그리 정성과 돈을 쏟고 갔는데, 둘째 따님은 총 10만원도 안되는 횟집가서 밥사주고 용돈도 없이 갔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고대로~ 아빠 둘째 따님에게 알려줬죠. 용돈은 계좌이체로 ..

산이 가장 예쁠 때는 5월이다.

서울과 양평을 오가다 보면, 옛 상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산이 가장 예쁠 때는, 5월이야. 5월 나무의 싹이 올라오면서 저마다 다른 색을 보여주거든. 6월이 되면서부터는 다 같은 색이 되어버리지." 처음에 이 말을 듣고는 제대로 받아들이진 못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시골에서 지냈기에 자연을 제법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자연에 대한 시각은 여름과 겨울 한정이었다. 한두 시절 맛보기 만으론 제대로된 매력을 알기 어렵다. 산의 변화는 작은 풀한포기에서 부터 시작한다. 어떤 풀들은 연둣빛이고, 어떤 풀들은 초롯빛이고, 또 어떤 풀들은 보랏빛이다. 이런 색들이 어우러져서 작은 나무 군집을 만들고 산을 이룬다. 5월의 변화는 그 시작부터 드라마틱하다. 갖가지 색들이 그렇게 본연..

내 눈 이야기

내 눈은 크지 않다. 쌍꺼풀 수술을 할까 고민도 했는데, 나름 매려적이라는 말에 실행하진 않았다. 나름 장점도 있다. 눈 화장을 과도하게 하더라도 속쌍꺼풀 이기도 해서 다 잡아먹기 때문에 괜찮다. 섹시한 스타일 화장도 잘 어울린다. 오래도록 이 눈으로 살아와서 화장을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안다. 그리고 안구건조증이 있다. 컴퓨터 작업을 오래하다보니 당연한 일이다. 평상시 사람을 볼 때는 무한대로 깜빡거리는데, 컴퓨터 작업할 때 가만 생각해보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1mm 간격에 대해 고민하고 있더라. 그래서 환절기 안약은 필수다. 오늘은 이상하게 자고 일어났는데, 속쌍커플이 겉쌍 커플이 되어 있다. 아무래도 쌍꺼풀이 좀 진해지면 좀 더 예뻐 보인다. 회사 다닐 때도, 이런 날은 '오늘따라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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