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91

[49/100 - 100개의 글쓰기] 출퇴근의 분위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역으로 걸어왔다. 어린이집이 주택가에 자리 잡아서 주택만 있는 듯하지만, 역에서 걸어오는 출근자들이 많다. 10시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아침 10시 정도에도 후덥지근한 날씨인지라 다들 손에 아이스커피 하나씩은 들고 있다. 이들의 걸음을 빠르고 직진으로만 가겠다는 집념의 표정이 보인다. 처음에는 이 매서운 동작의 사람들을 요리저리 피해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게 싫었다. 그새 출근자의 마음을 잊은 거다. 그러다 오늘은 퇴근시간 즈음 역에서 어린이집쪽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게 되었다. 조금 더 일찍 갈수 있었지만 반찬을 사들고 가느라 딱 퇴근시간 6시에 맞춰졌다. 아침의 상황처럼 사람들이 역을 향해 열심히 걸어온다. 어라. 아침과 사뭇 하드라. 이..

[48/100 - 100개의 글쓰기] 수다 : 대화의 배려

오래간만에 남의 사무실에 왔다. 조용히 앉아서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는다. 여러 연예인 이야기가 오고 간다. 오래된 연예인도 소환되고 최근 화제가 되었던 의 주인공들의 이름도 나온다. 전 회사에서는 나보다 연배가 높은 상사와 둘이 식사하고 함께하는 자리가 많아서 저런 주제로 대화를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싫어하셔서 나도 기피했다. 견문도 넓히고 자아성장해보겠다고 가입한 독서모임 성장판에서도 저런 주제의 대화는 하지 않는다. 짐작하겠지만, 책 이야기가 주이다. 혹은 성장에 관련된 이야기가 다다. 저런 수다들도 나쁘지 않다. 남 욕 하거나 흉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런 걸로도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좋다.전문적인 지식도 필요없다. 누구나 끼어들어서 한 마디씩 거들 수 있으니 그것..

[47/100 - 100개의 글쓰기] 나는 경제 감각을 게임에서 배웠다

오래도록 한 RPG 게임으로 가 있다. 영웅전 말고 그냥 마비노기. 몇 년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때는 푹 빠져서 몇 시간이고 했다. 월 20만 원씩 따박따박 바쳤고, 칼 아이템도 실거래 구매를 했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삽질을 할 수 있고, 캐릭터를 예쁘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금광을 캔다던가 양털을 깎는다던가 '수제 느낌'이 물씬 나서 참 재미있어했다. 스킬을 쌓아서 1급 옷이나 장비 등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던 어느날부턴가 넥슨이 돈슨이 되기 시작했다. 세공품들이 생기고 편리해지는 시스템들이 사람들을 '삽질 매력'이 아닌 '돈질 매력'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맵도 너무 커져서 다른 유저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서로 도와가면서 터널을 이용해 멀리 이동하던 시스템이 사라지니, 서..

[46/100 - 100개의 글쓰기] 글을 매일 쓴다고 잘 써지냐고?

어제 남편에게 핀잔을 들었다. ‘ 매일 글을 쓴다고 잘 써져요? 얼른 잠이나 자요’ 잠을 자려다 급하게 일어나 타자를 치는 나를 보고 남편이 한 말을 곱씹으며 내일 글로 적어내리라 생각했다. 앞서 다른 글에도 적었지만, 나는 그림을 오래 그렸고, 댄스 강사도 2년 넘게 했었다. 아 그리고 외국어 공부 (영어, 한때 일본어, 그리고 중국어)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래서 쌓이는 힘에 대해서 안다. 하루 한 문장만 영어로 쓰더라도 확실이 공부가 된다. 다만 매일 다른 글을 써야 한다. 경험이다. 많은 대작가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글을 써 내려간다. 하루키 작가도 그런다고 한다. 그 외 여러 작가들은 글이 안 써져도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쓴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뭘 그릴지 몰라도 그림을 무작정 ..

[45/100 - 100개의 글쓰기] 뷔페가 좋아지지 않는 나이

예전에는 뷔페가 참 좋았다.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뷔페가 좋지 않았다. 그때의 이유는 많이 못 먹어서였다. 나이가 들수록 뷔페가 안 좋은 이유는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향도 확고해져서 그럴 거다. 예전에는 다양한 경험이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나를 만족시키는 취향이 우선이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아무리 맛있어도 많이 먹지 못하는 반면, 좋아하는 음식은 맛이 좀 덜해도 많이 먹는다.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하는 건 안 맞아서가 아니라 좋아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자주 가던 뷔페집을 다녀오며 그 경험과 취향이 확실해졌다. 먹어 볼까 싶어도 손이 안 가는 음식들이 많이 있었다. 좋아하는 것이여도 몇 가지를 섞어 먹고 나니 제대로 먹은 게 무엇인지 ..

[43/100 - 100개의 글쓰기] 장화를 신은 아이들

어려서부터 물놀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 엄마는 만나기만 하면 하는 말이 있다. (5세 전) 깨끗이 씻어놓으면 사라져서 물웅덩이에 머리를 감고 ‘만세’를 불렀다는 에피소드다. 나는 산보다 물이 있는 바다나 강이 아직도 그렇게 좋다. 이렇게 비 오는 날도 상당히 좋아한다. 단, 바라보는 입장에서 말이다. 이런 날씨엔 유감이지만 유모차보다는 걸어서 아이들을 등원시키는게 낫다. 유모차를 비 오는 데 방치했더니 어디선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심해졌다. 어제는 비가 주룩주룩 오는 창문을 본 큰 딸이 어린이집 가기 싫다며 한참을 생때를 부렸다. ‘안 가면 화낸다’는 가벼운 협박에 겨우 소파 밖으로 나서 등원했다. 대신에 작은 보상으로 젤리슈즈 대신 장화를 신겨주었다. 두 아이가 장화를 신은 모습이 참 귀여웠다.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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