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271

[77/100 - 100개의 글쓰기] 설레는 말들

#멜로가체질 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안재홍이 같이 평양냉면을 먹는 천우희를 보면서 #설레는말들 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문득 나의 설레는 말들을 무엇일까. 안재홍이 말한 것처럼 나도 '택배 왔어요'라는 말이 좋다. 요즘엔 집에 있다보니 가정으로 배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문을 두 번 두드린 후 택배를 놓고 가버린다. '택배 왔다'는 말은 좀체 듣기 어렵다. 산책하자. 라는 말도 좋다. 어느 계절이건 그 단어는 한 여름 저녁에 맞는 시원한 바람 같다. 초여름의 느낌도 난다. 아무 일 안 생겨도 마냥 싱그럽고 설레는 느낌이 '산책'이라는 단어에 있다. 더운 날 먼 거리일지라도 걸어가는 게 그런 이유가 일부 포함되었을 것이다. 내일 또 보자. 회사에서 이런 말을 하는 직원, 상사는 그닥 즐겁지 않다. 하지만..

[76/100 - 100개의 글쓰기] 붓을 빠는 방법

붓을 쓰고 나면 잘 빨아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 사용할 때 곤란을 겪거나 영원히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붓이 좋은 것일 수록 붓의 털은 동물 털로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찬물에 빨아주어야 한다. 확실히 빨아주기 위해서 팍팍 물에 치대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붓의 결이 손상된다. 붓을 찬물에 충분히 풀어준 후, 흐르는 찬물에서 한손으로 돌돌 돌리면서 다른 한 손의 손가락으로 문지르듯 돌려주며 빤다. 그리고 붓의 가운데를 종종 눌러주며 붓의 색을 빼준다. 붓을 잡아주는 부분 가까이까지 잘 빨아주는 게 좋다. 수채화 붓이라면 다른 색들이 섞여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딱딱해지면 결국 붓의 수명이 줄..

[75/100 - 100개의 글쓰기] 시간의 결을 빗질하는 사람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바다에서 나는 시간의 결을 찾아 빗질하는 사람이다. 일렁이는 드넓은 시간의 바다에서 시간의 결들을 찾아 그것들이 엉키지 않도록 아름답고 큰 시간의 빗으로 빗어준다. 빗어내리고 빗어내리기를 여러 번 하다 보면 잠시 정돈된다. 그러나 이내 곧 어디가 처음인지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게 다시 한데 뭉쳐져 버린다. 그래도 나의 일은 시간을 빗질하는 사람이라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고 반복한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던 때부터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아는 지금까지 빗질하는 걸 멈추지 못한 채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내 삶이 끝난다면 이 일도 끝을 맺겠지. 빗질을 잘하다보면 언젠가 시간의 결들을 예쁘게 땋는 일도 할 수 있을 거다.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가 곱게 빗어주었던 걸 시간의 바다는 ..

[74/100 - 100개의 글쓰기] 오늘도 한발자국

사람의 성장곡선은 완만한 라운드 형태가 아니라 계단형 태이다. 작은 계단으로 쪼개진 라운드 형태다. 나의 첫 계단은 공부였던 것같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는 방법을 몰라 그저 따라 쓰기만 했다. 그럼에도 성적이 평균 77점에서 80점대로 올랐다. 6학년 때는 90점대로 올랐다. 잘 몰라서 헤매던 그 기분이 아직도 생각난다. 굉장히 막막해서 할 수 있는 게 여러 번 베껴쓰기만 했던 그 기분이 선명하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 그림그리기도 같다. 한 단계 한 단계 클리어하면서 성장한다. 더 면밀히 살펴보면 그 계단 안의 평지를 걷는 순간을 열심히 걷다 보면 벽이 오고 그 벽을 올라서면 새로운 단계로 올라선다. 우리는 벽에 부딪혔을 때 결정의 순간이 온다..

[73/100 - 100개의 글쓰기] 단칸방 침대

어릴 때 단칸방에 산적이 있다. 부모님은 서울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장사가 어려워져서 온가족을 데리고 인천으로 내려오셨다. 그때 하시던 장사는 슈퍼마켓이였다. 인천에서도 운이 안좋은건지 사업수완이 안좋으건지 점점 형편이 나빠졌다. 잠깐 그때 이야기를 하자면 슈퍼마켓을 차리면 그 옆에 큰 마트가 생기고, 큰 시장이 생겼다.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자리를 잘 찾으셨지만 자본의 한계로 망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러다 결국 두 분은 장사를 접고 취직을 하셨다. 집이 그럭저럭 괜찮은 빌라주택에서 두 칸 자리 셋방에서 단칸방으로 줄어들었다. 우리가 살던 단칸방은 우리 5식구가 살기에 작지만 딱 맞는 크기였다. 작은 농하나를 넣는 방한칸과 주방겸 거실이 작게 있었고 그 밖으로 도로를 향한 문이 하나 있었다. 방 한칸을 ..

[72/100 - 100개의 글쓰기] 소나기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그래서 나는 ‘헤이카카오’에게 날씨에 대해 물어보았다. 12시경부터 비가 올거라고 한다. 둘째가 피부 알러지가 일어나서 병원에 갈참이라 확인하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12시면 진료보고 어린이집 데려다줘도 충분한 시간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우리 아이 순번이 11번째다. 인기 많은 소아과라 이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려야한다. 기다리면서보니 다른 부모들이 우산을 챙겨 들어온다. 창밖을 보니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다. 10시반정도인데 날씨를 알려준 헤이카카오가 원망스러웠다. 다른 곳 날씨도 찾아보지 않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쌍둥이 유모차에는 레인커버도 있었지만, 정작 나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 진료 후 어찌할까 고민하며 비가 그치길 잠시 기다렸다. 아이들 어린이집은 데려다 줘야하니까 택..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