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my life/이런저런 275

[81/100 - 100개의 글쓰기] book.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책마다 고유의 무게가 있다. 몇 g으로 따져지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나면 가슴에 남게 되는 무게다. 편안한 느낌의 일러스트표지를 가벼이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저 프롤로그일 뿐인데, 갑자기 책이 무겁게 느껴진다. 작가는 얼마나 많이 이 부분을 고쳐 썼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내면의 고통과 슬픔을 한 글자 한 글자 담담히 적어 내리고 있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우리 가족을 대입시키며 읽게 되었고 더 무겁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작가는 네가지 시점으로 이야기를 담아냈다. 암에 걸린 아빠가 있는 사춘기 소녀의 시점, 의사가 되어 그때를 되돌아보는 시점, 의사로서 환자를 보는 시점, 그리고 엄마로서 아이들을 보는 시점이다. 앞뒤가 있지만 거의 이 순서로 글을 썼다. 암이라는..

[80/100 - 100개의 글쓰기] 태풍, 드라마 M

태풍 링링이 현재 서울을 통과하고 있다. 창밖으로는 큰 나무가 한 방향으로 바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점점 어둑해지고 거친 바람결에 따라 일렁이는 나뭇가지의 모습이 다소 괴기스럽다. 이런 모습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지만, 나는 심은하 주연의 M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하얀 잠옷바람의 여자주인공이 이런 날씨에 집을 나와 거리를 돌아다녔던 장면이 있었다. 얼마 전 기사에서 이 드라마가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다. 이 드라마는 1994년도 방영했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였는데, 소재도 독특했고 동성애 요소가 다분한 느낌도 가지고 있는 드라마 명작 중 하나이다. 드라마 주인공 심은하의 몸안에는 초등력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영혼이 들어 있다. 어떤 산모가 임신중절을 하는데, 그 아이의 영..

[79/100 - 100개의 글쓰기] 아이들에게 둥지가 되어

이것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정말 둥지가 된다. 쇼파의 어느 자리에 앉던 아이들은 쪼르르 달려와 양옆을 차지한다. 때로는 양다리를 양분해서 앉기도 한다. 아이들은 엉덩이로 팔로 머리로 등으로 가슴으로 치대며 엄마를 타고 오른다. 때로 턱으로 엄마 몸의 약한 곳 곳곳을 쳐내리기도 한다. 최고로 무서운 때는 엄마에게 엎어져서 발뒤꿈치고 위든 아래든 투당거리며 장난 칠때다. 이런 저런 경험으로 절대 바닥에 눕지는 않는다. 바닥에 눕는다면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한다. 어떤 할머니가 배위에서 뛰놀던 손주때문에 장파열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죽고싶진 않다. 가장 좋은 자세는 등을 보이는 것이다. 그나마 앞보다는 등쪽이 안전하다. 물론 이 또한 점점 힘들다. 무게가 늘어가는 아이들이 등..

[78/100 - 100개의 글쓰기] 삶의 평균을 올리는 방법

간단하다. 좋은 사람들을 찾아 만나면 된다. 대신에 말은 줄이고 듣고 그 각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받아들여보자. 나는 이 간단한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었던 사람을 통해 '좋은 인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좋은 무리', '선한 영향력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가 얼마나 내 자신을 쓸데없는 곳에 소비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 사람에게 나는 좋은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소비당하고 있었다. 부정적인 말들로 나의 심신을 피곤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을 벗어나 좋은 말들로 가득채우며 즐거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니 나의 삶이 확연히 달라졌다. 인생이 상승곡선을 달리고 있다. 성공이라는 상승곡선이 아니라 안정이라는 상승곡선이다. 자기 확신, 믿음, 회복 탄성력 그 모든 게 ..

[77/100 - 100개의 글쓰기] 설레는 말들

#멜로가체질 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안재홍이 같이 평양냉면을 먹는 천우희를 보면서 #설레는말들 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문득 나의 설레는 말들을 무엇일까. 안재홍이 말한 것처럼 나도 '택배 왔어요'라는 말이 좋다. 요즘엔 집에 있다보니 가정으로 배달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문을 두 번 두드린 후 택배를 놓고 가버린다. '택배 왔다'는 말은 좀체 듣기 어렵다. 산책하자. 라는 말도 좋다. 어느 계절이건 그 단어는 한 여름 저녁에 맞는 시원한 바람 같다. 초여름의 느낌도 난다. 아무 일 안 생겨도 마냥 싱그럽고 설레는 느낌이 '산책'이라는 단어에 있다. 더운 날 먼 거리일지라도 걸어가는 게 그런 이유가 일부 포함되었을 것이다. 내일 또 보자. 회사에서 이런 말을 하는 직원, 상사는 그닥 즐겁지 않다. 하지만..

[76/100 - 100개의 글쓰기] 붓을 빠는 방법

붓을 쓰고 나면 잘 빨아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 사용할 때 곤란을 겪거나 영원히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붓이 좋은 것일 수록 붓의 털은 동물 털로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찬물에 빨아주어야 한다. 확실히 빨아주기 위해서 팍팍 물에 치대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붓의 결이 손상된다. 붓을 찬물에 충분히 풀어준 후, 흐르는 찬물에서 한손으로 돌돌 돌리면서 다른 한 손의 손가락으로 문지르듯 돌려주며 빤다. 그리고 붓의 가운데를 종종 눌러주며 붓의 색을 빼준다. 붓을 잡아주는 부분 가까이까지 잘 빨아주는 게 좋다. 수채화 붓이라면 다른 색들이 섞여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딱딱해지면 결국 붓의 수명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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